우당탕탕 무박 2일 해커톤 이야기

대학교를 다닌지 어연 3년(엄밀히 말하자면 4년?)이지만 한번도 공모전을 나가본적이 없었다. (..) 학부 수업만으로도 바쁘기도 했고, 알바하랴 공부하랴 항상 바쁘게 지냈는데 사실 어떻게 해서든 나가고자 한다면 나갈 수 있었던 것이긴 했다. 사실 선배들이 계속 할래 할래 하긴 했었는데.. 뭔가 아직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도 있었고 스스로 많이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는 내가 컴퓨터를 계속 하겠다고 생각하질 않았다 -_-.. 

사담을 덧붙이자면, 컴퓨터는 나에겐 마치 애증과 같은 존재다.. 너무나도 좋은데 너무나도 싫은 존재랄까 ㅎㅎ 사실 주변에 친구들이나 선배들, 후배들을 보면 정말 컴퓨터 덕후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그렇게 되질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컴퓨터가 좋은건 맞지만, 그들만큼 좋아하긴 힘들다 정도..? 한번 에러나면 며칠을 끙끙 앓으면서 스택오버플로우에 글을 올리며 고민하기 시작하면 정말 컴퓨터 그만둘까도 많이 생각했다. 이쪽에 계속 있으면 탈모나 당뇨나 디스크 걸려서 금방 몸상하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그래도 계속 공부할수록 분야가 참 넓고 재미있더라. 지금은 3학년 2학기로 어느정도 전공 수업들을 다 들은 상태인데, 오히려 1,2학년 때 보다 더욱 재밌게 수업에 임하고 있다.

 

아무튼 우당탕탕 무박 2일 해커톤 이야기를 해보겠다.

먼저, 나는 일단 컴퓨터 공학과 프로그래밍 소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일단 회장이긴 하고, 권력도 있긴 한데 실력은 있다고 차마 말을 못하는 상태였다. (물론 지금 있다고 말할 수도 없긴 하지만.) 심지어 그동안 나를 지켜봐주고 코치해주던 선배들도 한꺼번에 졸업해버려서 의지할 선배도 없었다. 나를 오매불망 바라보는 아무것도 모르는 팀원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항상 실적의 압박을 받았다. 자칫하면 동아리방을 뺏길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더욱 쫄렸던 것도 있다.

실력 좋은 후배가 해커톤을 해보지 않겠냐고 했을때 선뜻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상태의 5명이 모여서 해커톤을 준비하게 되었다. 근데 이 대회가 엄청 웃겼던게 주제가 일단 없었다... 그것부터가 일단 이상함.

일단 나가기로 했으니 뭘 만들어야하질 않겠냐는 마음에 아이디어를 모아보았다. 진짜 더럽게 안모인다. 그래서 결국 분명 최선이 아닌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아이디어는 안될 것 같은데 의견이 좁혀지질 않으니 차선이라도 선택해야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정말 리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내가 소모임 회장이긴 했어도 이 해커톤 팀에서 실질적 리더 역할은 나가자고 말했던 후배에게 있었기 때문에 거의 주도권을 그 친구에게 주었다. 실제로 그 친구가 개발 경험이 많기도 했고, 실력이 좋기도 했고. 근데 실력은 둘째치고 아이디어가 진짜 별로였다. 다들 별로라는 것을 알긴 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리더가 확실하게 끌고 이건 아니다 다른걸 해버리자 라고 결론을 내버렸으면 다들 그걸 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 리더가 그 별로인 아이디어를 하자고 했었기에(...) 그래서 그냥 할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뭐 일단 아이디어가 좁혀졌으니 개발을 시작하도록 했다. 그때 당시에 서버 구현을 node.js의 express를 활용하기로 했는데, 나는 노드 개념을 1도 몰라서 주말 내내 노드 공부만 했다. 그래서 개념은 어찌저찌 다 안 상태로 작업에 들어가긴 했다. 파일질라.. 마이에스큐엘 워크스테이션.. 정말 처음 들어보는 것들을 마구마구 설치하기 시작했다. 나는 프론트라 하기도 그렇고 백엔드라 하기도 애매한 어중간한 포지션에서 작업을 했는데 (사실 둘다 손봄) 정말 내 스스로 코딩을 하지만 내 코드가 엄청 더럽다는걸 깨달았다. 왜 이래서 사람들이 코드를 깔끔하게 써야한다 이런말을 하는지를 깨달았다. 나 혼자 보는거면 상관이없지만, 이게 아무래도 협업이기 때문에 계속 이게 뭐야? 누나 이게 뭐에요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팀원들에게 미안.. 하면서 느낀건데 개발자는 디버깅(?)을 잘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다. 같은 툴을 쓰고있어도 얼마나 차근차근 진행해보면서 오류를 잡아내는지가 정말 실력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부분인 듯. 나는 그냥 한꺼번에 컴파일 하고.. 오류 나면 수정하고 그러면서 살았는데 같이 하는 선배는 어디 부분에서 뭐가 문제인지 딱딱 잡아내는게 너무 신기했다. 

깃허브 계정은 그동안 있기는 하고.. 가끔 학교 과제 한것들도 올리긴 했었는데 협업을 해본 것은 이번 해커톤이 처음이었다. 깃허브 생각보다 신기하고 참 편리하고 좋더라.. 특히 깃허브 데스크탑이 엄청 편했다. 그냥 대충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에서 수정하고 있으면 알아서 바뀐것들 알려주고.. 그냥 그대로 커밋하면 되고.. (근데 이것도 그냥 커밋하면 안됬던 것 같다. 완전 바뀐 파일들 더럽게 다 올라가더라.. 나중에 보니 300개 파일 수정했다고 올라감 이런)

근데 해커톤 대회를 진행하면 할수록 뭔가 느낌이 쎄했다. 우린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냥 노트북을 가져오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무박 2일인데 사람들이 점점 사라짐. (...) 그래서 뭐야 벌써 기능들을 다 구현한건가? 이랬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정말 공모전이든.. 해커톤이든.. 제일제일 중요한 것은 PR이다. 소개를 잘해야한다. 구미가 당길 만한 말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기능은 다 구현하기 어렵다. 특히 2일동안 개발을 해봤자 얼마나 해보겠는가.

그래서 처음 대회에 나갔던 우리는 몰랐지만 결국 그 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포토샵 실력과 뛰어난 언변 능력,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였던 것이었다..... 그렇다.. 해커톤이 아니라 거의 창업 공모전이었다........ 어쩐지 자꾸 비즈니스 모델이 뭔지 1도 모르는데 계속 만들라 하더라..

 

해커톤이든 창업 공모전이든, 좋은 경험이 되긴 했다. 비록 수상은 못했어도 (아이디어가 구려서.. 그리고 발표도 내가 했는데 못해서..) 대학교 다니면서 한번쯤은 이런 대회에 나갔다는 것에 의의... 를 두고 싶긴 했으나 너무 뼈아픈 실패여서.. 시간도.. 노력도 많이 투자했는데..ㅠㅠ.. 역시 결과는 노력한만큼 나오는게 아닌 것 같다. 노력도 하고 잘하기도 해야한다.. 암튼 다음에 또 이런 대회가 있다면 나가보고 싶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