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모임/서평]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와 포률리즘

이 책에서는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 대선에서의 트럼프의 승리 등을 예로 들며 포퓰리즘을 그려내고 있다. 사건 하나하나를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렇게 두 사건을 나란히 보니 꽤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껴진다. 트럼프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대중에게 느껴진 그는 "패배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고 보였을 것이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성장한 미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을 철저히 반대해온 지난 시간동안, 그 "차별"이 있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 그래서 차별이 그리운 사람들이 있었고, 본인의 속내를 드러내면 '못난' 자신이 드러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샤이 트럼프'들이 생겨 결과적으로 미국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이것은 비단 미국 사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어디에서도 일어나는 이야기다.

사실 나는 그동안 사회는 변화고 있고, 어쨌던 미래에는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라는 낙관적인 견해만을 가진채 살아갔다. '패배자'들의 목소리가 어떻던 간에, 이 방향이 결국 정의롭고 선한 방식이기 때문에 시대는 이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나도 크게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차별을 옹호하거나 약육강식을 주장하면 같이 못난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들이 속속들이 들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불길하게 만연해있는 생각들의 깊은 곳에선 바로 '능력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공정하다는 착각 속에서

계급제가 자랒지고 자본주의의 사회속에서 살게되면서 어느덧 "돈"이 권력이고 계급이 되었다. 국가에서 정해진 계급이 아닌 사회적인 시선에서 새롭게 계급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또 다시 피라미드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국 사회만 보았을 때, 일단은 법적으로 모든 사람이 중등 교육까지는 보장 받는다. 학교에서 얻는 성적도 본인의 노력의 결과물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은 좋은 점수를 받고, 대충 한 사람은 좋지 않은 점수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공정한' 환경 속에서의 성취는 사람을 뿌듯하게 만들고, 또 도취하게 만든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잘나서' 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포기해서, 끈기가 없어서, 혹은 '게을러서' 그렇다고 느끼기가 쉽상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자. 진짜 공정할까? 한 학급 안에서는 공정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크게 바라보자면, 부유한 국가에서 태어나 좋은 부모를 만나 좋은 환경에서 자란 것이 마냥 그 사람의 능력만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만 치부하기에도 어려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같은 스타트 라인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능력이 좋다 =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 선하다?

피나는 노력으로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지고, '롤모델'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행적들을 보면 부와 명예는 그 개인이 "당연히 누려도 될" 것들이라고 느껴진다. 부지런함과 도전적인 정신은 선하다고도 느껴진다.

그래서 이 "선하다"라는 만연해있는 인식 때문에 소위  말하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나태하고, "악한" 모습을 띄고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것 같다. 인간이란 본래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기 마련이기 때문인데, 성공하지 못하면 과정이 어찌되었건간에 "나쁘다"는 도장이 찍히게 되고, 질타를 받게 된다. 문제는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게되는 것인데, 성공하지 못한 "나"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잉여 인간이 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된다.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잖아?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굉장히 경쟁적이고 치열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태어나서부터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점수로 사람의 가치가 판단되고, 좋은 점수,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어쩌면 이런 치열함속에서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발달했고, 또 앞으로의 성장 동력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조 때문에 "낙오자"들이 생기고,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열심히 하고 그런 사람들이 부와 명예를 갖는 것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문제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꼭 열심히 해아하는가? 열심히 한다고 해도 세상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존재하고, 본인의 노력과 운, 그리고 시대의 흐름이 함께 좋게 작용해줘야지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탓을 한다. 그래서 점점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내면에서 찾고, 자책하게된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게 그 이유는 외부의 요인과 함께 작용한다. 그러니 마냥 자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능력주의 시대에 살면서... 다른 세상이 올까?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내가 역사의 한 순간에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현재까지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언제든지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렇지만 세대는 바뀌고 있고, 현재는 '수저'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 능력주의에서 이젠 '계급'의 중요성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다. 

능력주의가 가능했던 20세기와 21세기 초반이 지나갔다. 앞으로도 능력주의가 만연할것이라고 하기엔 미국 대선에서의 트럼프 승리나 브렉시트로 인해 그 확신에는 의문이 생기게 되었다. 또 한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능력주의'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라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시류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능력'을 반대하는 새로운 '능력'을 요하는 사회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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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읽기 힘들었던 책이고, 서평에서 그 내용을 잘 담은 것은 절대 아닌 것 같지만.. 이 책  자체가 한가지 확실한 대답을 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나도 애매모호한 말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ㅎㅎ. 마이클 샌델의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읽어서 그런지 그만큼의 감동을 받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어렴풋이 알고있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게 읽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