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턴십을 하면서 느낀 점

 

나는 미국 캘리포니아 San Luis Obispo에서 IT 분야 관련 인턴십을 했는데, 그동안 느낀 것들을 정리하려 한다.

 

다인종의 나라, 다양성의 나라

생각보다 백인에 금발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잘 모르지만 라틴계.. 멕시코 사람들이 많고 물론 동양인들도 엄청 많았다. 의외로 유럽인들이 많이 없는 느낌? 동양인도 많고.. 근데 신기한건 다들 자신들의 나라.. 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자신의 고향? 아무튼 원래 있던 곳에 대한 좋은 기억을 다 가지고 있었다. 너 어디에서 왔니? 한국? 멀리서 왔구나. 나는 필리핀에서 왔는데~ 샬라샬라 (=자기 나라 소개 겸 자랑) 이런 느낌.

미국 자체가 다양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나라여서 그런지 참 많은 부분에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같다. 인종도 성 정체성도.. 외모도 몸매도 모두 다. 그래서 보면 사람들이 엄청 자유롭게 입고다닌다. 타투도 엄청 많고.. 노출도 엄청 많고.. 비단 몸매 좋은 사람들만 그런게 아니라 다 그런다. 노브라도 흔하고.. 메이크업도 마찬가지. 하나도 안하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엄청 연예인마냥 화려하게 하는 사람도 많고. 이런 부분은 참 좋은 것 같다. 나도 여기에 계속 있다면 언젠가는 비키니를 입어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기회의 땅

미국은 우리나라와 기준이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알바 할 때 설렁설렁 하는 정도로 하면 너무 awesome하다고 멋지다고 hardworker라고 한다. (...) 외국인이고 또 인턴이라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엄청 칭찬해주고 격려해주었다. 일도 조금만 해도 너무 잘했다고 훌륭하다고 하고 리액션도 넘 좋다. 그래서 물어보니 여기서는 그냥 주어진 일만 하는 정도라고. 그래서 네가 한국에서 하는 정도로만 하면 엄청나게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아는 한국 분은 한국이 너무 경쟁적이라고,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는 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자식들은 한국에서 키우게 하고싶지 않다고 했고 또 그렇게 실천중이셨다. 뭔가 신기.

사실 이렇게 들으면 너무나도 이상적인 유토피아지만, 뭔가 그 전까지의 과정도 마냥 쉽지는 않을 거라 동시에 생각되었다. 일단 미국에서 자리잡기도 돈이 엄청나게 들고 (..) 이미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떼어놓고 달랑 오는 것도 좀 외로운 일이고..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정말 그냥 큰 나라

땅덩어리가 무지하게 큰 나라다. 여기에선 차로 3-4시간 거리면 가까운 편이라고 생각한다 (...) 미국 내에서 이동하려면 대부분은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팅을 할 때 직접 만나서 하는 경우보다 화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로 Adobe Connect, Zoom, 행아웃 등을 사용했다. 왜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지를 깨달았다.. (본인들이 쓰려고였다..) 

나라만 크냐, 사람도 크다. 비만율이 장난 아니다. 그냥 사람들 사이즈가 엄청 큰 느낌. 키도 크고 몸도 크고 그냥 다 크다. 우리나라 사람들 다 1.5배씩 키워놓은 것 같다. 여자고 남자고 다 커서 여자 기본 키가 다들 170은 되는 것 같다.

 

마인드가 건강한 사람들이 많다

캘리포니아에 있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다 엄청 친절하고 썬샤인했다. 동양인 여자를 좋아한다고 듣긴 했는데 그래서인지 뭔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썬샤인하게 인사해주고 살갑게 말걸어주고 리액션도 엄청 좋았다. 특히 아저씨들이 잘 그러는 듯. (사실 젊은 사람들이랑 많이 말을 섞어보지 않았다..) 여행을 많이 가 본 것은 아니지만 가만 보면 어느 나라를 가든 아저씨들 공통된 특징인 것 같기도 하고..(우리나라도 그런까..) 아무튼 그렇다.

정말 미디어의 한 장면 같이 큰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고 그러는게 일상이었다. 정원도 잘 가꾸고.. 내가 있던 San Luis Obispo는 특히 자연경관도 아름답고 산과 바다가 근처에 있던 곳이어서 그런지 하이킹이나 자전거가 잘 발달되어있었다. 그래서 주말에 가족끼리 바다에 가고 등산하고 자전거 타고 이러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너무나도 건강하고 보는 나까지도 행복해지는 미국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특히나 재미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대학교의 서버를 담당하는 개발자를 만났을 때 인데, 이 사람은 자신을 소프트웨어 '아티스트'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무언가를 만드는걸 좋아한다고.. 그래서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등산도 자기 길을 개척하면서 하고.. 암튼 너무 새롭고 재미있던 사람이었다. 마인드가 너무 건강해서 본받고싶었다. (나도 이제 앞으로 자기소개 할 때 소프트웨어 아티스트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에너지 소비율 1위인줄 알겠다

일단 내가 있던 캘리포니아는 대중교통이 매우 안좋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차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냥 가족 구성원이 4명이면 4명 다 차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닌 경우는 자식이 16살이 넘지 않아서 그런거. 그래서 그런지 길 다닐 때 마다 엄청 좋은차 나쁜차 오래된 차 클래식카 보는 재미가 있긴 했지만 아무튼 왜 에너지 소비율 1위의 악명을 가진 나라인지 알 수 있었다. 신기한게 걸어다니진 않으면서 집에서 운동은 또 엄청 한다. 

먹는 것도 엄청 heavy하게 먹는다. 나도 많이 먹는 편인데 여기선 정말 새발의 피다. 어어어어엄청 많이 먹는다. 에피타이저 나오고.. 메인요리 나오고 꼭 디저트까지 먹는다. 내 얼굴만한 부리또 나오는데 그게 1인분이라고 한다. 반 나눠서 포장해달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쳐다본다.

하나 더 흥미로웠던 점이 있다면 몸에 좋은 것은 비싸고 나쁜건 싸다. 도넛, 과자 이런건 엄청 싸고 샐러드, 과일 이런거는 엄청 비싸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더 가난하고 못살면 뚱뚱하다고 하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과일 2봉지 사는 정도면 피자 큰거 한판을 살 수 있으니.. 나같아도 피자를 먹겠다.

 

영어만 잘하면

나름 영어 엄청 공부하고 갔지만 역시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나라는 영어가 second language가 아니라 foreign language라서.. 그래도 여기 와서 많이 늘긴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로 한국인 친구들하고 다녀서 (왜냐면.. 혼자 다니기엔 미국은 조금 무서웠기 때문) 영어 실력이 더 늘질 못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영어 공부는.. 유투브에 라이브아카데미 보면서 영화를 한글자막->영어자막->자막없이 이렇게 보면서 공부했다. (덕질과 공부를 한번에) 전화 영어도 한 6개월 정도 꾸준히 했고.. 이정도 하니 잘 알아듣고 말하는 정도는 되었었다. 무조건 영어를 쓸만한 상황을 만드는게 엄청 중요한 것 같다. 외국인 친구를 만들던지 외국인 선생님이 있는 학원에 가던지..  솔직히 한국에서 수능 영어 공부했던 것 정도로 하면 거기에서 단어를 더 외운다던지 하는 것은 할 필요는 없고 이젠 실전 단계만 남은 거다. 말할 기회를 많이 만드는게 제일 중요한 듯. 

그래도 뭐 네이티브같은 발음이나 뉘앙스를 다 가지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말이 잘 통하긴 한다. (솔직히 미국은 워낙 다인종이 살아서 그런지 발음도 다 제각각이다. 그래서 사실 살짝 발음은 별 생각이 없다. 물론 그중에 내 발음만 못알아듣는 것 같기도 하지만..) 계속 다시 말해달라고 이해한게 맞냐고 묻긴 하지만.. 한국에서 우리말로 들어도 이러는데 뭐.. 

 

그래도 역시, 우리나라가 좋을....까..?

헬조선 탈조선 하지만.. 그러면서 느낀 것이 그래도 역시 먹고 살기에는 우리나라가 편하겠다고 먼저 생각했다. 일단 제일 먼저 미국 영주권 따기부터가 쉽지가 않다. 외국인이 그럴듯한 직장을 잡는 것도 어렵고.. 그리고 집값이 무시무시하다(캘리 기준..인데 캘리가 또 제일 비싸다고 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집만 있어야 하냐, 차도 있어야 한다. 만약 학교를 다니고 싶다? 학비는 '미친' 수준이다. (우리나라 등록금의 5배 혹은 그 이상이니까) 병원비는 두 말 할것도 없고. 동네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약간 무서운 것도 없지 않아 있다. (홈리스와 갱이 많은 지역도 또 많았다)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은 미국이 매우 좋을 것 같긴 했다. 이것도 물론 편견이겠지만 그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 너무 친절하고 썬샤인했다. 즐겁게 막 대화 하다가 어느 수준 이상 가면 적당히 끊고 작별 인사를 하는데 그게 그렇게 깔끔하고 편할수가 없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껀떡지(?)만 만들면 쉬웠다. 자전거를 한다던지.. 사진을 찍는다던지.. 등산을 한다던지 그림을 그린다던지.. 그러다보면 친구 생기는건 쉽겠구나 싶었다. 하다못해 그냥 바에 혼자 가서 마시고 있기만 해도 주변 사람들하고 엄청 얘기할 수 있었다. 또 성공에 대한 집착도 나는 이정도면 한국보다 훨 덜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뭐만 하면 성공해야한다 이런 말을 하는데 여기에는 '새로운' 일을 해라. 네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하면 된다 이런 식이라.. 그래서 교육열이 한국보단 훨 덜하다 보니 부담감도 적을 것 같았다. 훔..

결국 이게 좋으면 저게 나쁘고.. 한줄 요약 하자면 내 정신건강만 보면 미국이 좋고. 내 지갑 사정만 생각하면 한국이 좋다.